최근 걸그룹 '브레이브걸스'의 '롤린(Rollin')' 역주행 열풍은 상징적이다.
브레이브걸스가 4년 전 발매한 '롤린'은 '밀보드'(밀리터리 빌보드) 1위라는 수식을 받을 정도로, 군인 사이에서 인기를 누렸지만 일반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군위문 공연에서 이들의 노래를 '떼창'하는 군인들의 모습과 군시절을 추억하는 군인들의 댓글 등이 합쳐진 유튜브 영상이 인기를 누리면서 일반 네티즌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났다.
이후 음원차트에서도 순위가 급상승했고, 급기야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에서 1위를 찍었다.
'롤린'의 역주행 현상은 올드 미디어 TV의 종언을 확실히 고한다.
이제 음악·예능 방송 PD를 비롯 전문가들이 새로운 곡을 소개하는 시대는 끝났다.
'유튜브 스타' 브레이브걸스를 TV가 거꾸로 모시기 경쟁에 돌입했다.
화제가 된 영상 클립도 대부분 지상파 음악방송이 아닌 국방TV '위문열차' 출연 영상이었다.
유튜브가 '음악 소비' 플랫폼으로 떠오른 건 이미 몇 년 전이다. '밈(Meme)' 문화와 결합하면서, 노래를 놀이처럼 소비했다.
밈은 재미난 댓글, 영상 속 한 장면을 패러디하는 것을 가리킨다.
앞서 '1일 1깡 여고생의 깡(Rain-Gang) 커버' 영상이 온라인 상에서 주목 받으면서 신드롬을 일으킨 가수 겸 배우 비의 '깡' 신드롬이 대표적인 예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멤버 하니 춤이 중심이 된 그룹 'EXID의 '위아래' 열풍이 있다.
브레이브걸스 '롤린'은 여기에 알고리즘의 수혜가 더해졌다.
알고리즘은 이용자의 누적된 시청 기록에 알맞는 영상을 추천해 주는 기술이다.
기존에 본 영상과 비슷하거나 이용자가 선호할 만한 영상을 이용 화면에 먼저 보이게 만들어준다.
스포티파이 같은 음원 플랫폼도 이 알고리즘 기능으로 큐레이션 기능을 강화했다.
'롤린'은 밈 문화와 아이돌 음악을 즐기는 네티즌의 성향과 맞물리면서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고, 이를 타고 여러 이용자의 유튜브 화면의 메인을 파고 들었다.
하지만 '롤린'이 그저 그런 곡이었다면, 이런 폭발적인 호응은 이끌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롤린'은 브레이브걸스가 2017년 3월7일 발표한 곡이다.
소속사 브레이브 엔터테인먼트의 수장인 프로듀서 용감한형제를 비롯 프로듀서 차쿤, 투챔프가 작사·작곡에 참여했다.
트로피컬 하우스를 접목시킨 경쾌한 업템포 EDM 장르다.
멤버 민영은 뉴시스에 "저희는 처음 이 노래를 받자마자 '우리 이제 뜨겠다'했다. 그만큼 곡이 너무 좋았다"고 했다.
이처럼 '롤린'의 역주행 사례는, 흥미로운 콘텐츠는 언제든 재발견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음악 콘텐츠 시장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콘텐츠끼리 경쟁하던 이전 시대와 달리, 신구 콘텐츠가 동시에 경쟁해야 하는 시대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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